1. 의식상태를 조절하는 뇌의 신경조절물질
잠은 크게 렘(REM) 수면과 비렘(non-REM) 수면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이 가운데 깊은 수면을 의미하는 비렘 수면 중에는 느린 뇌파 수면이라고 불리는
일명 '서파 수면(slow-wave sleep)'이라는 단계가 있습니다.
대뇌피질에서 약 1Hz 정도의 느린 뇌파가 뇌 전반에 흐르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입니다.
서파수면 (slow-wave sleep)의 메커니즘은 서서히 밝혀지고 있습니다.
자기 공명 영상(MRI)과 양전자 방출 단층 촬영술(PET)의 정밀도가
더 높아지며 뇌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정교하게 파악하는 것이 가능해졌습니다.
깨어 있는 상태를 만들어 주는 각성 촉진 뇌의 각성 촉진 부위는 전뇌기저핵과 뇌간입니다.
마이네르트 핵에는 아세틸콜린이 분비되는 부위입니다.
아세틸콜린은 의식의 연상작용에 관여하는 중요한 신경전달물질입니다.
뇌간에서는 그물형성체와 교뇌 청반핵, 뇌간 뒤쪽 정중앙에
수직으로 위치한 솔기핵에서 각성을 일으키는 세로토닌이 분비됩니다.
청반핵에서는 노르아드리날린이 분비되고
솔기핵에서는 세로토닌이 분비됩니다.
이 핵들은 신경조절물질을 생산하는 영역인
그물형 성체의 신경세포를 구성하는 핵입니다.
신경조절물질들은 신경세포의 축삭말단에서 분비됩니다.
대뇌피질까지 매우 길고 광범위하게 확산되어 분포합니다.
그물형성체의 축삭은 뇌간 피개영역에서 수평으로 길게 상하로 뻗어나가며
많은 곁가지들이 수직 방향의 위와 아래로 분포합니다.
이러한 분포 구조는 그물형성체의 신경섬유와 상행감각신경과 하행운동신경의 축삭들이
서로 시냅스하기 쉬운 구조입니다.
대뇌피질로 확산되는 그물형성체의 상행섬유들은 의식을 조절하며
척수로 내려가는 하행성분들은 운동을 조절합니다.
그물형성체의 상행성분의 작용은 상행각성 확산 시스템이라고 부릅니다.
그물형성체 신경축삭들에서 분비되는
신경조절물질들이 대뇌피질 신경세포의 대사성 수용체에 작용하여
뉴런들의 발화 확률을 조절합니다.
그물형성체의 작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그물형성체 신경세포에서 분비되는 조절물질: 도파민(DA), 세로토닌(5HT), 노르에피네프린(NE)
그물형성체 상행성분: 대뇌피질의 의식상태 조절(도파민, 세로토닌, 노르아들레날린에 의한 대사성 신경조절)
그물형성체 하행성분: 운동조절(그물척수로에 의한 알파운동뉴런 조절)
각성 촉진 부위인 또 하나의 영역은
시상하부 유두체 앞쪽의 유두체 결절핵입니다.
여기의 세포에서는 히스타민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을 분비합니다.
알레르기 치료제인 항히스타민제는 히스타민의 분비를 억제하여 잠이 오게 하는 약입니다.
대뇌피질은 신경조절물질의 작용으로 각성상태를 유지합니다.
수면 현상 또한 이러한 원리입니다.
돌고래를 대상으로 한 수면 실험 연구에서 발견된 사실은 다음과 같습니다.
수면상태에 있던 게 분명한 돌고래의 한쪽 뇌는 자고 있고
한쪽 뇌는 깨어 있다는 것입니다.
이 실험에서 밝혀진 사실은 각성과 수면은
전적으로 신경전달물질에 의한 작용으로
뇌 안에서 일어나는 현상이라는 것입니다.
이는 각성과 수면은 혈류 시스템과는 관계가 없다는 의미입니다.
만약 혈액 속의 어떤 물질이 수면을 촉진한다면
혈관은 좌뇌와 우뇌에 모두 혈류 하므로
두 반구가 동시에 수면 상태에 들어가야 하지만,
수면상태인 돌고래의 실험에서 좌뇌와 우뇌가 교대로
수면상태에 들어간다는 것은
수면 촉진 물질을 혈관이 운반하는 것이 아니라
뇌 자체에서 생성한 물질이라는 것을 증명한 것입니다.
따라서 수면 상태는 뇌에서 스스로 만든 신경조절물질의 작용으로
뇌의 상태를 각성상태에서 수면상태로 전환하여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몸이 피곤하여 잠을 자려고 해도 잠이 오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뇌가 잠을 잘 수 있는 상태는 몸이 수면 원하는 조건과 일치하지 않습니다.
뇌는 스스로 수면의 문을 열고 닫습니다.
2. 수면에 빠져드는 원리
뇌가 수면과 각성 상태를 스스로 결정하는 과정을 살펴봅니다.
시상하부에서 앞쪽 부위에 복외측시신경 앞구역(VLPA)이 있습니다.
이 구역과 뇌의 각성 시스템 영역인 전뇌기저핵과 뇌간은
서로 상호 억제 작용을 합니다.
깨어 있을 때는 복외측시신경 앞구역이 비활성상태이기 때문에
각성중추를 억제하지 못합니다
따라서 전뇌기저핵과 뇌간, 즉 뇌의 각성 시스템이 작동할 수 있습니다.
그 결과 전뇌기저핵에서는 아세틸콜린이 분비되고
뇌간에서는 노르아드레날린과 세로토닌을 분비하며
유두체 결절핵에서 히스타민이 분비되어
각성상태에 있게 됩니다.
깨어 있는 상태에서는 외측 시상하부에서
하이포크레틴(hypocretin)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을
전죄기저핵, 뇌간, 그리고 유두체 결절핵으로 계속 전달합니다.
외측 시상하부에서 분비하는 신경전달물질 운반으로
아세틸콜린, 노르아드레날린, 세로토닌, 그리고 히스타민이 계속 생성됩니다.
그 결과 각성상태가 유지되며 수면으로 빠져들지 않게 됩니다.
하이포크레틴을 분비하는 신경세포들이 손상되면
하이포크레틴 분비량이 줄어들어
기면증(narcolepsy)이라는 신경장애가 나타납니다.
기면증은 두 가지 중요한 특징이 있습니다.
하나는 수면발작입니다.
깨어 있는 낮 동안에 갑자기 잠이 덮치게 됩니다.
아세틸콜린, 노르아드레날린, 세로토닌, 히스타민의 분비로
간신히 버티고 있는 각성상태에서
어느 순간에 각성상태를 계속 유지해 주는 중요한 물질인
하이포크레틴이라는 긴축이 무너지며 곧장 수면상태로 빠져버리게 됩니다.
기면증의 특징 두 번째는 탈력발작입니다.
감정적으로 극도로 긴장된 상태에서 골격근이 갑자기 풀어져 버립니다.
이것은 수면 단계를 생략한 채 곧바로 렘수면 상태로 들어가며
근육이 마비되어 발작적으로 주저앉아버리는 원리입니다
수면 상태로 전환하는데 관여하는 중요한 신경전달물질인 하이포크레틴의 등장은
수면 연구 이전에도 존재했습니다.
그것은 비만을 연구하던 사람들이 오렉신(orexin)이라고 부르던 물질과 동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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